오늘 유튜브에서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을 여행하시고 계신 한 분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나는 괜스레 반가워져서 영상을 보다가,
스페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댓글이 있었다.
현지에 2년 째 살고 있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본다.
필자는 스페인에 2016년도에 교환학생으로 1년 있다가,
2021년도에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해서 스페인에 살게 된지는 거진 2년이 다 되어간다.
교환학생 시절엔, 유럽 땅을 처음 밟았다는 기쁨에 모든 것이 좋아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현지 생활을 직접적으로 느끼며 살아 가고 있는 요즘은, 역시 모든 곳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요즘 K-POP, K 드라마 등 한류를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들이 그렇게 인기이다.
한류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해외 거주 한인분들의 유튜브와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나도 한국사람으로서 BTS가 여러 유명한 미국쇼에 나와 그들의 매력을 뽐내는 게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렇다면 영어권 국가에서 한류가 인기 많은 것처럼, 스페인에서도 한류가 핫한가?
그 한류의 인기를 스페인에서도 실감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No라고 할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아직 없는데에는, 스페인 사람들만의, 그들의 문화권만의 이유가 있다.
과연 어떤 이유일까?
1. 스페인엔 그들만의 문화 리그가 존재한다.
캐나다, 호주,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를 보면 정말 다양한 인종이 사는 다문화 나라인걸 실감한다.
길거리를 걸으면 동양인, 흑인, 백인, 중동인, 아랍인,동남아시아인 등 모두를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의 집성체이다.
반면 스페인은 다르다. 스페인이 다문화권이라고 하는 것은, 주로 모로코, 남미, 동유럽 등 스페인어를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외모적으로도 비슷한 국가의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동양인을 보기란 비교적 어렵다.
스페인어는 중국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영어보다도 많다.
그래서 자기들만의 스페인어권 문화가 정말 잘 발달되어 있다. 노래, 영화, 댄스 등등
따라서 영어를 배울 필요성도 그닥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페인 사람들은 스페인어로 된 자국 문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은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기회가 영어권에 비해선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가진 문화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을 지탱할 수 있으므로, 타문화를 수용하려는 사람들의 인식과 노력도 적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이런 문화의 폐쇄성으로 인해 주로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트렌드들이 스페인엔 3~5년 뒤에 도달하는 것 같다.
미국에선 그렇게 유명해진 BTS가, 아직까지 스페인에선 핫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3년 뒤엔, 유명해져서 티브이에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2. 동양인=중국인이라는 인식
스페인엔 동양인하면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한인 분들도 적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접하는 한국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동양인은 중국사람들밖에 없다.
스페인은 보통 밤 9~10시 정도가 되면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는데,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중국 슈퍼마켓은 유일하게 밤 12시 넘어서까지 운영한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편의점'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쉬지 않고 일하는 일 벌레, 스페인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폐쇄적으로 그들만의 생활을 하는 인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런 중국 슈퍼마켓을 Chino라고 부른다 (Chino= 중국인).
이렇게 중국인들은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에 굉장히 밀접한 존재이긴 하지만, 친해질 수 없는 특이한 집단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스페인에서 평생 사신 한 80대 할아버지가 한국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까? 아마, 빵을 사러 매일 중국인 마트에 방문하면서 중국인은 매일 보지만, 한국인은 한 번도 보지 못하셨을 것이다. 더불어, 뉴스에서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접하는 기사는 북한에 대한 내용일 뿐이다. 삼성 티브이가 백화점 전자제품에서 가장 큰 섹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과 직접적으로 연결 지어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1년 동안 스페인에 살고 있는데, 주변 이웃중에서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어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아마도, 그들이 너무 배려심이 넘쳐서 날 존중한다는 생각으로 아직 물어보질 않았거나, 아니면 몇몇은 그냥 단번에 한 중국인 여자(China)겠거니 생각하는 거일 수도 있다.
이렇듯, 스페인에서 동양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고, 주변 생활에서 접하는 동양인이 죄다 중국인이기에,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동양인을 보면 단번에 중국인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6년 전에 비해서는, 사람들이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점점 인식해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한국 노래에 알게 모르게 노출되고 있기도 하니까.
아,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 덕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쩍 늘긴 했다.
최근에 스페인 뉴스에서 '요즘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라고 기사가 드디어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으니!
'아, 드디어 스페인에서도 '한류'라는 단어가 나오는구나' 생각했다.
쇼핑하다가 마트(메르까도나)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들은 적도 있다.
아마도, 담당 직원이 전세계 TOP 100 리스트를 전곡 재생했을 확률이 높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국 콘텐츠에 스페인도 점점 노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스페인에서 살면서 느끼는,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한번 끄적끄적 적어봤다.
스페인에도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더 명확해져서,
나한테 '중국인?, 일본인?, 그럼 어디?'가 아니라,
'한국인?'이냐고 단번에 묻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웰컴 투 스페인.